생활/생각과 일기

장염 후기: 빼앗긴 장에도 봄은 오..겠지? (수액 맞으세요)

김무명01 2021. 1. 25.

나의 고통스러웠던 장염 투병기(?)를 남긴다. 이번이 인생 두 번째 장염인데 열도 나는 것 같고 .. 오한이 있어서 처음에는 이게 코로나인가.. 코비드에 걸리면 이렇게나 아플까 생각을 했다.

 

 

이 직장에서 출근을 시작한지 한 달도 안 되었다. 아... 출근해야되는데.. 생각을 하면서도 눈 앞이 깜깜해지고 별이 보였다. 새벽에 자다 깨서 쏟아냈고 아침에도 쏟아냈다. 눈 앞이 핑핑 돌아서 벽을 짚으며 이동했다. 이건 코로나가 절대 아니고 장염이겠구나 느꼈다.

 

 

이 직장에 출근한지 한 달도 안 돼서 연차도 안 생겼지만 (당겨쓸 수 있지만..) 아무튼 출근을 못할 것 같다고 연락을 했다.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출근을 못할 것 같아여 ㅠ 코로나나 감기 그런건 아니고.. 장염 쪽인 거 같아요...

너무 정신이 없어서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횡설수설 전화를 했다. 

 

 

 

 

아무튼 이렇게 쏟아내기와 자다깨기를 반복하다 오후가 되었다. 쏟아내기가 어느정도 멈추고 약간 기운을 차렸을 때 병원을 갔다. 그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내과와 약국이 있다는 게 너무 기뻤다. 예약을 안 해도 의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약간의 국뽕이(?) 차올랐다. (미국가서는 어떻게 하지?)

코로나로 빼앗긴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하던데 나도 빨리 병원에 갈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느꼈다.

머리로는 빨리 병원가서 의느님을 만나고 싶다고 부르짖고 있었다. 하지만 내 발은 그렇지 않았다. 빨리 걷기 매니아였던 내가 온 몸에 힘이 없어서 짧은 거리도 걸어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

 

 

걸어가면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과로 올라가면서 오만가지 잡생각을 하면서 올라갔다.

떡진 머리로 씻지도 못하고 병원에 가서 '코시국'답게 체온을 재고 방문 명부를 작성했다. 오한이 그렇게 느껴지는데도 체온은 36.6도로 너무나 정상이어서 놀랐다 ㅋㅋㅋㅋㅋㅋ

대기하면서 혈압을 쟀다. 80/40인가? 나왔던 것 같다. 나는 원래 혈압이 낮다. 90/60이나 100/60 정도가 나온다. 그런데도 오늘 중 제일 기운 날 때(?) 병원을 갔는데 혈압이 너무 낮아서 충격을 받았다.

기운이 많이 없으시겠어요 > 네 많이 없어요(오는 길도 뒤질 거 같았어요..)

 

 

 

의사 선생님이 수액을 맞겠냐고 물어봤다.

나는 주사 맞는 걸 싫어한다 ㅠㅠ 그런데 이 날은 쏟아낸 것도 많고... 너무 춥고.. 식은 땀이 줄줄 나고.. 뭐라도 해서 빨리 낫고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수액을 맞는데 혈압도 너무 낮고 그래서 혈관이 안 올라온다고 하는 것이다 ㅠㅠㅋㅋㅋㅋㅋㅋ (살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팔 접히는 곳 정맥이 아니라 손등 정맥으로 주사를 맞았다. 듣기로는 수액 맞다가 쇼크가 올 수 있다고 한다 .. 

휴대폰 보다가 자다가 하다가 수액을 다 맞고 일어났다.

 

 

근데 정말 몸이 너무 가뿐(?)해졌다. 핑핑 돌던 시야도 좀 또렷해지고 그 전에는 입고 간 옷도 무거웠는데 뭔가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렇게 수액 비포 애프터를 느끼고 나니까 탄핵 당했던 그 분 이야기가 떠올랐다. 주사 맞는 걸 좋아했다는 소문?

정맥 주사를 맞고 효과를 느끼니까 어우... 좋아할만 하다는 걸 느꼈다.

 

 

 

아무튼 거의 굶다시피하면서 약을 먹고 있다. 굶다가 좀 살만 나아지니까 먹고 싶은 게 생각난다. 장염을 앓으니 아무거나 잘 먹었던 과거의 내가 부럽다. 없어지고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ㅠㅠㅠ

네이버에 쿠팡 이츠 광고가 자꾸 뜬다. 아무거나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쉐익쉑을 시켜먹고 싶다 ㅠ_ㅠ

빼앗긴 장에도 봄이 오길 바라며 ...

 


생각해보니 adhd약 먹는 걸 깜빡+고의로 안 먹었다.
장 활동에 너무 영향을 많이 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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