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을 바꾼 작은 사건--성인 ADHD를 의심하다
작년 여름, 나는 유학을 준비하면서 중요한 시험이 임박해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였다.
시험이 일 주일? 이 주일 정도 남았을 때에도 문제 조금 풀다가 딴 짓...
책 10분 보다가 딴 짓으로 30분 ..
중간에 다른 궁금한게 생겨서 검색도 해 주고..
갑갑해서 밖에 바람쐬러 돌아 다니고..
이렇게 하다보니 도서관에 7 - 8시간을 앉아있어도 공부를 하는 시간은 겨우 두 세 시간 정도였다 ㅠㅠㅠ
그 시간마저도 꼼지락거리고 손과 머리카락을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시험은 계속 다가옴 -> 꼼지락대고 집중은 안 됨 -> 공부는 어렵고 책장은 안 넘어감 -> 불안함 -> 더 집중이 안 됨 -> 시간은 더 줄어듦 악순환 루프였다.
이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딴 짓을 하면서 '공부해야 되는데 공부가 안 될 때' 이런 키워드로 구글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성인 ADHD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고, 해야되는 공부는 여전히 안 하고 구글링을 계속 하다 보니 성인 ADHD로 진료를 받는 사람의 일기를 읽게 되었다.
글 내용을 이름과 상황, 지역을 나에게 맞게 조금만 바꾸면 거의 내 일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내 생활이랑 너무 똑같았다.
처음에는 '나도 ADHD인건 아닐까? 어렸을 때 집중이 안 되던 일이 있었나? 그래도 공부는 잘 했었는데...' 등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가도 내가 ADHD가 아니면 어떡하나 일단 시험치고 병원에 가 봐야겠다 생각만 하다가, 결국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병원은 가지 않았다 ㅋ
그러다가 연말에 원서를 다 때려 넣고 바쁜 일이 다 끝나고 올해 초에 정신과 진료를 받고 ADHD임을 확인 받았다.
공부할 때 진작 갔으면 공부하는 것에도 힘을 덜 들이고 좋았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
진료를 더 빨리 받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늦게나마 병원을 다니게 되어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뿐이다.
사소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 호들갑떠는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나는 병원을 가기로 결심한 뒤로 인생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그 블로그에서 일기를 읽지 않았다면, 아마 병원에 안 가고 계속 개기다가 예전과 똑같이 꼼지락 & 안절부절하면서 살았을 것같다. 글쓴이에게 아주 감사하며 그 글을 본 것은 큰 행운이었다ㅠㅠㅠ
그리고 한국어 웹에 얼마 안 되는 아토목세틴 복용 후기에 대한 것도 남겨 보고자 한다. 콘서타는 먹는 사람이 많아서 콘서타에 대한 글은 정말 많은데 아토목세틴은 처방을 잘 안하는 건지 글이 잘 안 보인다. 치료 시작한 건 얼마 안 되었지만 부작용도 많이 줄어들고 아토목세틴으로도 효과를 많이 보고 있다.
아무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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