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커리어 일기

무스펙의 취직 일기(3) 입학사정관이 된 고학력 백수

김무명01 2021. 1. 24.



원래 계획은 공공기관 일자리나 공공근로를 지원하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인생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게 자소서 없이 이력서만 내는 일에도 서류 광탈이었다.


자소서+이력서를 내는 일이면 내가 자소서에 쓴 게 일하는 거랑 안 맞나 보다 생각했겠지만 이력서만 내는 자리도 떨어졌다 ㅋㅋㅋㅋㅋㅋ

코로나로 알바 자리도 씨가 말라서 이런 거에 지원자가 많이 몰리는 거 맞나보다 느꼈다. 공공기관 채용에서는 청년 구직 프로그램이나 다자녀, 기초수급, 차상위, 다문화, 국가보훈 기타 등등에 가산점이 있다. 나는 해당사항이 한 개도 없어서 안 뽑힐 걸 직감했다. 자소서 내용이라도 읽혀서 면접이라도 가려고, 자기소개서를 내는 곳도 같이 찾아보기 시작했다.

 

상당히 이상하게도 귀찮지만 자소서를 내는 업종으로 방향을 바꾸자가 되었다.

 

왜 자꾸 떨어져..

 




그러다 눈에 확!!! 띈 입학사정관 채용 공고


제목만 보고도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감사하게도 공고와 함께 우대사항(?)과 평가 기준별 점수 할당도 모두 첨부되어 있었다.
이런 공략집을 보고나니 내가 어필해야 되는 부분이 이런 데겠구나를 알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너무 상관없어 보이는 경력밖에 없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선택과 집중

학원에 지원했다 떨어지면서 배운 것들을 취업에도 똑같이 적용해 보기로 했다.
이미 지나간 스펙(학벌, 학점, 전공,...)은 버리자!
내가 어필할 수 있는 부분, 돋보일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하자!!!

솔직히 내 분석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그냥 면접 느낌으로 뽑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조금은 있다.


완벽한 지원자는 어디에도 없다

우대사항 리스트를 쭉 읽어나갔다.
- 언제나 언급되는 동종업계 경력자
- 교육학 전공자
- 고등학교 교직 경력자
- 그것에는 항상 있지만 순위에서는 당연히 밀리는 컴퓨터 활용 능력 우수한 자

나는 경력은 단 하루도 없거니와 교육학 전공도 아니고 교직 이수도 안 했고,
별로라는 걸 정해놓으면 부족한 게 밑도 끝도 없었다.


 

 

누가 보면 가짜 무스펙?

이력서에 써낸 항목은 대충 석사 졸업, 물리 전공, 토플 90점대, 일본어 자격증 JLPT N3, 옛날에 따놓은 컴퓨터 자격증 3개(워드 1급, 컴활 2급(1급도 아님), 정보처리기능사) 이런 게 있었다.


이것도 그냥 이력서에 쓰라는 칸이 있어서 구색을 맞추려고 채워 넣은 내용이다. 취업을 하려고 한 적이 없어서 그냥 취미로 공부했던 일본어(점수 나온 성적표는 어디 갔는지 몰라서 그냥 급수만 적어 냄), 유학 준비할 때 만들었던 영어 점수, 돈 받고 일해서 경력 증명서를 낼 수 있는 대학원 연구 경력으로 정말 무관한 내용을 "채워만" 냈다.


내가 아주 열심히 채웠던 컴퓨터 자격증 란!
유일하고 확실하게 내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항목이었다. 어디로 도망갔는지 모르는 초딩 때 따놓은 컴퓨터 자격증도 확인서(?)를 출력해서 첨부했다.

대학원에서 시뮬레이션을 했던 나는 컴퓨터를 못 하는 사람이 이상한 곳에 있었다. 자격증 칸을 꼭 채워야되나 생각했다. 근데 채용 기준에서는 자격증 3개 이상이 그 기준 만점이었다. 뭐라도 세 개를 채워내는 게 중요해서 초딩 때 자격증 따놓은 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격증도 영어 점수도 없는 사람들은 무스펙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이력서에 써 낸 내용은 없으면 없는 대로~ 내도 아무 상관이 없는 항목인 데다가 짧은 시간 준비해서 채워 넣을 수 있는 내용이다. (컴퓨터 자격증은 옛날에 따 놓은 게 있어서 너무 다행)



자기소개서와 면접

어떤 업무를 하는지 검색해보고 내 경험이 거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썼다. 

 

교육학 전공도 아니지만, 옛날부터 간간히(?) 꿈드림 센터에서 교육 봉사 활동을 했었다. 언제부터 봉사 활동을 하면서 애들을 가르쳤었고 고민을 많이 해봤다는 식으로 올렸다.

 

유학 못간 것도 (물론 '못'갔다고 쓰진 않았음) 미국 입시도 겪어본 적이 있어서 업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포장시켰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면접 때 이런 걸 물어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면접

면접 대상자가 나 혼자인 1:다 면접이었다. ㅋㅋㅋㅋㅋㅋ interviewee가 나 혼자였다. 면접 때 나오는 질문이 그냥 100% 그대로 다 나왔다. 업무에 관한 것도 있었고 나에 대한 것도 있었는데 나에 대한 것이 더 많았다. 면접에서는 아니나 다를까 공백기 때 뭐했었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왔었다. 업무에 관한 것은 살면서 생각해봤던 것들, 자소서 쓰면서 생각해봤던 것이어서 횡설수설하긴 했어도 내용은 어떻게 말하긴 다 말했다.

 

말하면서도 나는 문법에 안 맞는 말을 하고 있다가 느껴지게 굉장히 횡설수설했다. 그런데도 채용된 이유는 태도와 운인 것 같다.

내 캐릭터와 내 성격, 생각 등을 솔직하게 보여 주었다. 어디선가 신입은 패기와 태도가 중요하다고 들은 것 같은데 경력이 없는 내가 뽑힌 걸 보면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범대 졸업 후 진로,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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