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해져버린 전국민대상 재난지원금
2020년 초, 코시국이 이렇게나 길어질 거라고 생각도 못할 때였다.
올해 처음으로 일 나가던 데에서 오지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이것도 얼마나 가겠냐는 생각이었다. 괜찮아지면 다시 부르겠지 하는 근거없는 낙관(?)이 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니까 전국민 대상으로 아무 조건없이 가구당 인원수에 따라서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했다. 재난지원금으로 독서실을 끊고 안경 바꾸고 외식하고 그랬었다. 이때까지만해도 살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여름이 되었는데, 한국에서 확진자 수 관리가 최고로 잘 되던 때였다. 하루에 한 명 나올까말까였는데 그것도 해외입국일 정도였다. 2021년 1월이 절반정도 지나가니까 여름이 거의 유일하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여름쯤에는 있던 알바가 나오지 말라고 취소되고 이런 것도 없었고 다시 살만해지는가 생각했다.
마스크 넘나 지긋지긋.. 벗고 싶다 증말
취준생들을 힘들게 하는 건 뭘까?
그러다가 가을, 겨울 날씨가 되니까 갑자기 코비드19 확진자 수가 확 올랐다. 이 때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서 원래 잡혀있던 알바가 줄줄이 취소되었다 ㅋㅋㅋㅋㅋㅋ
예상 수입이 이정도는 되겠지 생각했는데 알바 취소가 되면서 쥐꼬리만한 예상 수입도 줄어들었다. 갈려고 했던 알바가 취소되니까 내 수중에 있던 돈을 잃어버린 것처럼 아주 상심이 컸다 ㅠ_ㅠ
주식에 파란불 들어올 때보다 심리적으로는 더 타격이 컸다.
흔히 취업준비생들은 아무것도 안 해도, 뭘 해도 그냥 불안하다고 한다.
사실 올해 자존감이 팍팍 내려가고 이래도 저래도 불안한 그런 취준생의 마음을 너무 잘 알게 되었다 ㅠㅠ
일하고 싶을 때 일 못하는 걸 겪어보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있는데 돈을 못 버니까, 그게 또 다시 스트레스가 된다.
취직이 된다고 끝이 아니구나?
아무튼 그렇게 지금 돌이켜보면 제일 안전했던? 여름쯤에 이런저런 알바를 하게되었는데 거기서 다른 사람들 (=알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시간이 남을 때 어떻게 이런 꿀 알바를 찾았냐는 이야기와 함께 근황 토크를 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는 코로나에 직격탄을 정빵으로 맞는 여행, 항공운수 쪽으로 새로 채용된 사람이 있었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그런 기업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 업체가 줄줄이 망하는데 신입들이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코비드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첫출근이 연기된 그런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서 단기 알바 공고 뜬거 보고 하게되었다는 그런 이야기 ..
2차, 3차 재난지원금은 선별으로 진행되었다. 어디선가지원 업종도 선별이다보니(나도 사실은 잘 모른다), 실제로 타격을 입었는데도 지원을 못받는 그런 억울한 경우가 있다고 들은 것 같다.
올해 새로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들은 지원을 못 받는다고 들었는데 새로이 채용된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정말 코로나로 안 힘든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ㅠㅠㅠ
이런 곤궁함을 겪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난 유럽이나 미국에서 코로나에 걸려 죽어도 가게 문은 열어야 된다고 난리치던 사람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내 의식의 흐름의 결론은 기초소득을 주자로 흘러가는데 ...
낙관론자의 쓸데없이 낙천적인 생각
아무튼 뻔하지만 계기는 생활고(?), 마음고(?)였다. 쪼들려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닥치는대로 뭐든 안 하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러던 와중에 일자리 플랫폼 어쩌구하는 홍보를 보고, 부산에 있는 일자리 공고가 뜨는 게 나한테는 아주 맞춤이었다. 거기서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은 다 지원해봐야지 마음을 먹었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못하는 건 아니지만, 막상 취직이 되고나니까, 출근을 할 수 있게 되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코시국"이 아니어서 내가 하고 싶을 때 알바라도 할 수 있었으면 내가 이 기간에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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